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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사색하는 철학

마사오 아베(Masao Abe, 1915-2006) - 교토학파 철학자로 선불교와 서양 철학의 대화를 촉진하며 공(空) 개념의 현대적 해석 발전

by 아틀란티스황금성 2025.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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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오 아베: 동서양 철학의 다리를 놓은 선불교 사상가

마사오 아베(阿部正雄, 1915-2006)는 20세기 일본을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종교학자로, 선불교(禪佛敎)의 가르침을 서양에 소개하고 동서 사상 간의 대화를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교토학파(京都學派)의 일원으로서 그는 선불교와 서양 철학, 특히 기독교 신학과의 대화를 통해 문화와 종교적 경계를 넘어서는 깊은 철학적 통찰을 제시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마사오 아베의 생애, 사상, 저작 및 그의 학문적 기여를 살펴보겠습니다.

생애와 학문적 배경

마사오 아베는 1915년 1월 10일 일본 이즈모(出雲) 지역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불교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교토 대학교(京都大學)에서 철학을 공부했습니다. 대학 시절 그는 니시타니 케이지(西谷啓治)와 히사마츠 신이치(久松眞一) 같은 저명한 철학자들의 지도를 받았으며, 특히 니시다 기타로(西田幾多郎)가 창시한 교토학파 철학의 영향을 깊이 받았습니다.

아베는 젊은 시절 실존적 위기와 깊은 의문에 직면했으며, 이러한 경험이 그를 선불교의 수행과 연구로 이끌었습니다. 그는 오타니 대학(大谷大學)에서 강의하며 학문적 경력을 시작했고, 1952년에는 D.T. 스즈키(鈴木大拙)를 만나 그의 영향 아래 선불교와 서양 철학의 비교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1955년부터 아베는 미국과 유럽의 여러 대학에서 방문 교수로 활동하며 선불교 사상을 서양에 소개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는 컬럼비아 대학, 시카고 대학, 프린스턴 대학, 클레어몬트 대학원, 퍼듀 대학 등에서 강의했으며, 폴 틸리히, 한스 큉, 존 B. 콥 Jr. 등 저명한 서양 신학자 및 철학자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아베는 2006년 9월 10일, 91세의 나이로 사망했지만, 그의 사상과 저작은 동서양 종교 간의 대화와 비교종교학 분야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철학적 사상

공(空)의 철학

마사오 아베의 사상 중심에는 불교의 핵심 개념인 '공(空, śūnyatā)'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습니다. 그는 공을 단순한 허무나 부재가 아닌, 모든 실재의 근본적인 성질로 해석했습니다. 아베에 따르면, 공은 부정적인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것의 상호의존성과 비실체성을 인식함으로써 얻어지는 적극적인 자유와 창조성의 원천입니다.

아베는 특히 선불교의 전통에서 강조하는 '무(無)'의 개념을 서양 철학의 '무(nothingness)'와 비교하며, 동양의 무가 단순한 부재나 부정이 아닌 모든 존재의 근원적 기반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의 이러한 해석은 하이데거와 같은 서양 철학자들의 사상과 비교되며 깊은 철학적 대화의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절대 무(絕對無)와 자기 초월

아베는 니시다 기타로의 '절대 무(絕對無)' 개념을 발전시키며, 이를 통해 서양의 존재 중심 철학과 동양의 무 중심 철학 사이의 다리를 놓고자 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절대 무는 모든 이원성과 대립을 초월하는 근원적 실재로, 이를 깨달음으로써 진정한 자기 초월과 해방이 가능해집니다.

그는 이러한 절대 무의 경험이 선불교의 깨달음(悟り, satori)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고 보았으며, 이러한 깨달음은 개념적 사고를 넘어서는 직접적이고 전체적인 체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베는 이러한 관점에서 서양 철학의 합리주의적 전통과 동양 사상의 비이원적(非二元的) 접근을 비교하고 통합하려 했습니다.

불이(不二)의 논리

아베의 또 다른 중요한 기여는 '불이(不二)의 논리'를 발전시킨 것입니다. 이는 서양 철학의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서, 대립되는 것들이 서로를 부정하면서도 동시에 긍정하는 역설적 통일성을 강조하는 사고방식입니다. 그는 이러한 불이의 논리가 선불교의 역설적 표현(예: 공안)과 서양 신비주의 전통에서 모두 발견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베는 이러한 불이의 논리를 통해 존재와 무, 절대와 상대, 영원과 시간, 초월과 내재 같은 전통적인 철학적 이분법을 재해석했습니다. 그에게 있어 이러한 대립항들은 서로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이 다른 쪽을 통해서만 진정으로 실현된다는 역설적 관계를 가집니다.

동서양 종교 대화

마사오 아베는 선불교와 기독교 사이의 대화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그는 두 전통 사이의 차이점을 인정하면서도, 깊은 수준에서의 공통점과 상호 보완성을 발견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그는 선불교의 공(空)과 기독교의 케노시스(kenosis, 자기 비움) 개념 사이의 유사성에 주목했습니다.

아베는 종교 간 대화가 단순한 관용이나 타협이 아닌, 각 전통의 고유한 진리를 더 깊이 이해하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참된 종교적 대화는 자신의 전통에 깊이 뿌리내리면서도 다른 전통을 진정으로 개방적인 자세로 만날 때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주요 저작과 학문적 기여

마사오 아베의 주요 저작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선과 서양 사상』(선과 서양 사상, 1985)
  • 『공의 중도』(The Emptying God, 1990, 공저)
  • 『불교와 기독교: 초월의 대화』(Buddhism and Christianity: Toward Dialogue of Transfiguration, 1990)
  • 『선과 비교 연구』(Zen and Comparative Studies, 1997)
  • 『선과 현대 세계』(Zen and the Modern World, 2003)

이러한 저작들을 통해 아베는 선불교의 핵심 개념과 수행법을 서양 독자들에게 접근 가능한 방식으로 설명하고, 동시에 서양 철학 및 신학 전통과의 비교 연구를 통해 보다 넓은 철학적, 종교적 대화의 장을 열었습니다.

아베의 학문적 기여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평가될 수 있습니다:

  1. 선불교의 서양 소개: 아베는 D.T. 스즈키의 뒤를 이어 선불교를 서양에 소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는 선불교의 개념과 수행을 서양 철학의 용어로 설명함으로써 서양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동시에 선불교의 독특한 관점을 분명히 전달했습니다.
  2. 종교 간 대화의 촉진: 아베는 불교와 기독교 사이의 깊은 대화를 통해 종교 간 이해와 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그의 작업은 비교종교학의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했으며, 종교적 다원주의 시대의 건설적인 대화 방식을 보여주었습니다.
  3. 교토학파 철학의 발전: 아베는 니시다 기타로와 니시타니 케이지의 철학적 유산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는 교토학파의 핵심 개념들을 서양 철학과의 대화 속에서 재해석하고 확장함으로써 이 학파의 국제적 영향력을 크게 높였습니다.

영향과 유산

마사오 아베의 작업은 현대 종교 철학, 비교종교학, 불교 연구 분야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의 선불교에 대한 해석과 서양 철학과의 비교 연구는 이후 많은 학자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동서양 사상의 대화를 위한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아베가 주도한 불교-기독교 대화는 존 B. 콥 Jr., 데이비드 트레이시, 한스 큉 등 저명한 서양 신학자들의 사상에 영향을 미쳤으며, 이는 더 나아가 과정 신학, 해방 신학, 생태 신학 등 현대 신학의 다양한 흐름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또한 아베의 작업은 동양 철학, 특히 선불교와 교토학파 철학에 대한 서양의 이해를 크게 향상시켰으며, 이는 현대 철학에서 서양 중심주의를 극복하고 진정한 세계 철학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습니다.

결론

마사오 아베는 20세기의 중요한 철학자이자 종교학자로, 동서양 사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깊은 철학적 통찰을 제시했습니다. 그의 공(空)과 절대 무(絕對無)에 대한 해석, 불이(不二)의 논리 발전, 그리고 종교 간 대화를 위한 노력은 현대 철학과 종교학에 중요한 기여를 했습니다.

아베의 삶과 작업은 문화와 전통의 경계를 넘어서는 진정한 대화와 이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그의 사상은 오늘날 글로벌화된 세계에서 다양한 문화와 종교적 전통 사이의 대화와 화해를 위한 귀중한 자원이 됩니다.

우리가 점점 더 상호연결되고 다원화된 세계에서 살아가는 가운데, 마사오 아베의 통찰과 비전은 문화적, 종교적 경계를 넘어서는 진정한 이해와 대화의 가능성을 계속해서 우리에게 일깨워 줄 것입니다.

 

※ 이 블로그에 있는 모든 내용은 종교와는 무관하게 과거 지혜로웠던 철학자에 대한 역사적인 사실을 다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종교적 관점으로 오해하지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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