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시대 살인율은 현대의 50배? 스티븐 핑커가 증명한 놀라운 진보의 역사

스티븐 핑커: 이성의 힘과 인류 진보의 옹호자

이성의 수호자, 스티븐 핑커

1952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태어난 **스티븐 아서 핑커(Steven Arthur Pinker)**는 현대 지성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인지심리학자이자 언어학자, 대중 과학 저술가로 활동하며 인간의 언어 능력과 마음의 작동 방식, 그리고 인류 사회의 진보에 관한 연구를 수행해왔습니다. 그는 인간의 본성이 선천적 요소와 후천적 요소의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형성된다는 관점을 견지하며, 맥길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후 하버드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교수로 재직하다가 2003년부터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의 존스턴 가족 심리학 교수로 자리를 옮겨 현재까지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핑커는 자신의 연구를 대중에게 접근 가능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저서 **『언어본능』(The Language Instinct, 1994)**은 인간의 언어 능력이 진화의 산물이라는 주장을 담아 큰 호응을 얻었으며,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How the Mind Works, 1997)**는 인지과학의 관점에서 인간 마음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설명했습니다. 그의 책들은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부가 팔리며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두 차례 올랐을 정도로 학문적 가치와 대중적 인기를 동시에 인정받았습니다.

특히 핑커는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인류의 역사적 진보, 이성의 중요성, 그리고 인도주의적 가치의 확산에 관한 연구에 집중했습니다. 그는 폭력이 인류 역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는 주장을 담은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 2011)**와 이성, 과학, 휴머니즘의 가치를 옹호한 **『계몽의 옹호』(Enlightenment Now, 2018)**를 통해 인류의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제시했습니다. 빌 게이츠가 "내가 읽은 책 중 최고"라고 극찬한 이 저서들을 통해 핑커는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류 사회가 여러 측면에서 진보해왔음을 역설했으며, 미디어의 부정적 편향과 비관주의적 지적 문화에 대한 강력한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핑커는 자신의 연구와 사상을 단순히 학계에 머물게 하지 않고 TED 강연, 과학 다큐멘터리 출연, 신문 칼럼 기고 등을 통해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왔습니다. 그의 명쾌한 설명과 설득력 있는 논증은 복잡한 과학적 개념과 사회적 쟁점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이를 통해 그는 현대 과학 대중화의 주요 인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데이터로 증명하는 인류의 진보

스티븐 핑커의 핵심 메시지는 간단하면서도 강력합니다. 인류는 역사적으로 꾸준히 진보해왔으며, 이성과 과학, 휴머니즘의 가치에 기반한 계몽주의적 접근이 이러한 진보를 가능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객관적 데이터와 통계를 바탕으로 수명 연장, 빈곤 감소, 문맹률 하락, 폭력의 감소, 인권 신장 등 다양한 지표에서 인류의 삶이 개선되어 왔음을 증명합니다.

많은 이들이 미디어의 부정적 뉴스 보도와 재난에 대한 집중 때문에 세상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고 믿지만, 핑커는 이것이 '가용성 오류'에 기인한 인식 왜곡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는 장기적 시각에서 볼 때 인류 사회는 분명한 진보의 궤적을 그려왔으며, 이러한 진보는 우연이 아닌 이성적 사고와 과학적 방법론, 그리고 인도주의적 가치의 확산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고 강조합니다.

핑커는 특히 폭력의 감소에 주목합니다. 그는 선사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폭력—전쟁, 살인, 고문, 학대, 차별 등—이 역사적으로 감소해왔음을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보여줍니다. 21세기에도 여전히 분쟁과 폭력이 존재하지만, 인류 역사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무자비한 전쟁과 일상적 폭력에 비하면 현저히 감소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는 이성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비판적 사고, 증거에 기반한 논증, 과학적 방법론이 미신과 독단, 이데올로기적 광신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키는 핵심 도구라고 주장합니다. 이성은 단순한 논리적 사고 능력이 아니라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고,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며, 새로운 증거에 따라 견해를 수정할 수 있는 겸손한 태도라는 것이 그의 견해입니다.

진보의 네 가지 기둥: 이성, 과학, 휴머니즘, 민주주의

스티븐 핑커의 사상은 계몽주의 가치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는 인류의 진보를 가능하게 한 네 가지 핵심 원칙으로 이성, 과학, 휴머니즘, 민주주의를 제시합니다.

이성은 핑커가 생각하는 인류 진보의 첫 번째 기둥입니다. 그는 이성이 단순한 논리적 사고력이 아니라 자신의 믿음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증거를 따르며, 반대 의견에 귀 기울이는 태도라고 정의합니다. 이성적 사고는 우리가 본능적 충동, 부족적 사고방식, 확증 편향에서 벗어나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줍니다.

과학은 이성을 체계화한 방법론으로,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개선해왔습니다. 핑커는 과학적 방법이 인간의 인지적 오류와 주관성을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라고 주장합니다. 과학은 미신과 독단을 물리치고 건강, 기술, 환경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켜왔습니다.

휴머니즘은 인간의 복지와 자율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윤리적 관점입니다. 핑커는 종교적 도그마나 국가 이데올로기가 아닌, 보편적 인간 가치에 기반한 도덕 체계가 인류의 윤리적 진보를 이끌어왔다고 봅니다. 그는 특히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동심원적 공감의 확장'이 도덕적 진보의 핵심이라고 강조합니다.

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집단의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정치 체제로, 핑커는 이것이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는 가장 효과적인 사회 시스템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민주주의적 제도가 권력 남용을 견제하고, 다양한 관점을 통합하며, 평화적 갈등 해결을 촉진한다고 봅니다.

이 네 가지 원칙의 상호작용이 인류 진보의 원동력이라는 것이 핑커의 기본 개념입니다. 그는 이러한 가치들이 서로 보완하며 발전할 때 인류가 가장 큰 도약을 이루어왔다고 주장합니다.

진보의 증거: 폭력에서 건강까지

핑커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제시하는 실제 사례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폭력의 감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중세 유럽의 일상을 상상해보세요. 거리에는 도둑과 강도가 들끓고, 군주들은 사소한 분쟁으로도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공개 처형은 인기 있는 오락거리였고, 고문은 사법 절차의 일부였습니다. 살인율은 현대의 수십 배에 달했고, 가정 폭력은 당연시되었습니다.

런던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13세기 런던의 살인율은 현재의 약 50배에 달했습니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1278년 한 해 동안 인구 10만 명당 약 110명이 살해되었는데, 이는 현대 런던의 연간 살인율인 2명과 비교할 때 충격적인 수치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폭력이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 일상의 일부였다는 점입니다.

또 다른 예로, 30년 전쟁(1618-1648) 동안 유럽 인구의 약 20%가 전쟁으로 인해 사망했습니다. 이를 현대에 적용하면 약 15억 명이 전쟁으로 목숨을 잃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심지어 가장 파괴적이었던 제2차 세계대전도 세계 인구의 약 3%만이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폭력은 점진적으로 감소해왔습니다. 핑커는 이를 '문명화 과정'이라고 부릅니다. 중앙집권적 국가의 등장, 상업의 발달, 교육의 확산, 인쇄술의 발명 등이 사람들의 공감 능력을 향상시키고 폭력에 대한 거부감을 키웠다는 것입니다.

핑커의 또 다른 인상적인 사례는 인간 건강과 수명의 극적인 향상입니다. 19세기 초 프랑스의 시골 마을 한 곳에서는 한 여성이 여섯 번째 출산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이전 다섯 아이 중 세 명은 5세 이전에 사망했고, 본인도 이번 출산이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이런 상황이 극히 일반적이었습니다. 18세기 유럽에서는 태어난 아이들의 약 절반이 성인이 되기 전에 사망했고, 출산은 여성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 중 하나였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영아 사망률은 1800년대의 약 40%에서 현재 3% 이하로 감소했으며, 선진국에서는 0.5% 미만입니다. 전 세계 평균 수명은 1800년대의 30세에서 현재 72세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현대 의학, 공중 보건 시스템, 위생 시설의 발달, 영양 상태 개선 등이 이러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처럼 핑커는 구체적인 사례와 통계를 통해 인류가 얼마나 진보해왔는지 보여줍니다. 물론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지만, 그는 우리가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롭고 건강하며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데이터가 말하는 인류의 희망

스티븐 핑커의 가장 중요한 기여는 인류 진보에 대한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증거를 제시했다는 점입니다. 그는 단순한 낙관주의자가 아닙니다. 그의 희망은 근거 없는 낙관이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한 합리적 낙관주의입니다.

핑커가 제공하는 데이터는 놀랍습니다. 지난 200년 동안 세계 극빈층 비율은 90%에서 10% 미만으로 감소했고, 문맹률은 85%에서 15% 미만으로 줄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게 되었으며, 인권의 개념이 전 세계로 확산되었습니다. 전쟁으로 인한 사망률은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고, 살인, 아동 학대, 가정 폭력 등 다양한 형태의 폭력도 감소 추세에 있습니다.

물론 핑커는 우리가 여전히 직면한 심각한 도전들—기후 변화, 핵무기 위협, 불평등, 권위주의의 부상 등—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문제들이 인류 문명의 필연적 몰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오히려 이성과 과학, 협력을 통해 이러한 도전들 역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견해입니다.

핑커의 메시지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건설적인 희망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우리가 과거의 성취를 인정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을 때 더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비관주의는 체념과 무력감을 낳지만, 합리적 낙관주의는 행동과 혁신을 촉진합니다.

또한 그는 인류 진보가 필연적이거나 자동적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진보는 이성적 사고, 과학적 방법론, 인도주의적 가치, 그리고 효과적인 제도의 지속적인 옹호와 발전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계몽주의적 가치를 포기한다면, 진보 역시 역전될 수 있다는 경고를 잊지 않습니다.

이성의 힘을 믿으며

스티븐 핑커의 메시지는 인류에 대한 신뢰와 희망을 담고 있습니다. 그는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이 결코 작지 않지만, 인류가 그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도구—이성, 과학, 공감, 협력—를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핑커의 가르침은 우리에게 장기적 시각을 가질 것을 권장합니다. 일상의 뉴스 사이클과 정치적 논쟁에 휩쓸리지 말고, 역사적 맥락에서 현재를 바라볼 때 우리는 더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루하루는 후퇴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수십 년, 수백 년의 시간선에서 보면 인류는 계속해서 전진해왔습니다.

그의 메시지는 또한 개인의 선택과 행동의 중요성을 상기시킵니다. 우리 각자가 이성적 사고와 증거 기반의 논증을 실천하고, 공감의 범위를 확장하며, 민주적 제도와 과학적 탐구를 지지할 때 인류의 진보는 계속될 수 있습니다.

스티븐 핑커는 현대 지성계의 독특한 목소리입니다. 그는 학문적 엄밀함과 대중적 접근성, 낙관주의와 비판적 사고, 과학적 합리성과 인도주의적 가치를 모두 아우르는 통합적 사상가입니다. 그의 작업은 인간 본성과 사회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깊게 하며, 더 나은 세계를 위한 지적 기반을 제공합니다.

핑커의 통찰은 이 복잡하고 때로는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우리에게 방향감각을 제공합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데이터를 존중하고, 이성을 신뢰하며, 인류의 진보 가능성을 믿으라고 권유합니다. 무엇보다도, 핑커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더 잘 이해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지식과 이성이 우리의 가장 강력한 도구임을 일깨워줍니다.

핑커의 사상을 통해 우리는 현재의 문제들을 인정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을 배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지혜의 시작일 것입니다.